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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카페 아고라 회원 등 누리꾼과 시민들이 지난 16일 저녁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장관회의가 열리고 있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 정문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언론탄압 중단’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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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3일,
누리꾼 ‘histo’가 다음 아고라 자유토론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정부 관료와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이 많이 살고 있는 강남에서 촛불 시위를
하면 더 효과가 크지 않을까요.” 6월10일로 예정된 ‘100만 촛불대행진’을 일주일 앞두고다. 상당수 누리꾼들의 댓글은 “아직은 시청 앞
결집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누리꾼 ‘눈물의샘’이 올린 댓글은 조금 달랐다. “일요일은 소망교회, 국제 행사 있는 날은 코엑스
앞에서 ….” ‘강남 촛불 밝히기’의 원형질 아이디어가 축적되기 시작했다.
6월9일 이후 논의가 진전됐다. 아무런 반응이 없는 이명박 정부를 보며 누리꾼들은 ‘국제적 충격’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우리의 모습을 세계에 정확히 알려 압박 수위를 높여야 합니다. 16일부터 코엑스에서 각국 인사들이 참가하는 중요한 회의가
있다는 말을 들었어요.”(누리꾼 ‘shiny) 이로부터 이틀 동안 ‘코엑스 앞 대규모 촛불집회’, ‘서울역 집회 뒤 행진’, ‘시청 앞 광장에
집중’ 등 서로 다른 의견이 게시판을 달궜다.
코엑스 앞 집회 찬성론자들은 외신의 이목을 모으고 경찰력을 분산시키며 강남 주민들의 참여를 유도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반대론자들은 강남 주민들의 참여가 의심스런 상황에서 오히려 집회 참가 시민들만 분산될 우려가 있다고 반박했다. 찬반의 팽팽한 추는
10일을 고비로 한쪽으로 기울었다. 누리꾼 ‘464’가 12일 올린 ‘16, 17일 강남 코엑스 앞 집회 제안’ 글을 8천여명이 조회했는데,
857명이 찬성을 표시하고 3명이 반대 뜻을 밝혔다.
이때부터 누리꾼들은 행동 양식을 의논했다. 외신과 외국 각료들을 겨냥한 영문 구호가 준비됐다. ‘Health
Before Wealth’(부귀 이전에 건강), ‘Medicare For All’(모두를 위한 의료보험) 등 영문 구호 30여개가 게시판에 올라
왔다. 다른 누리꾼들은 문법의 오류를 댓글로 정정했다. 코엑스 앞 거리 구조에 대한 분석, 물과 간식 보급 방식에 대한 의견 등 수많은
아이디어가 명멸했다.
16일 오후, 집회를 독려하는 수백건의 글이 줄을 이었다. “저 지금 코엑스 앞으로 출발합니다.” “비 온다니
우산 챙기세요.” “드뎌 강남 번개구나 아싸.” 16일 저녁 7시, 마침내 코엑스 앞 촛불집회가 시작됐고, 현장 상황을 전하는 글과 이를
응원하는 글이 아고라 게시판을 채웠다. 밤이 깊어지면서 누리꾼들은 코엑스 앞 첫 촛불집회에 대한 생각을 나눴다. “주요 기업이 밀집한 동네인지라
함부로 폭력 진압하면 촛불에 회의적인 강남이라 해도 여론 엎어지는건 시간문제지요.”(누리꾼 ’암행의사단’) “시위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삼성역
6번 출구가 아닌 봉은사 입구에서 모여야 합니다.”(누리꾼 ‘디팩토’)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는 “개체로서 날아오르지만, 전체로서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는 천수만 새떼의 모습과 같다”고
이들을 평했다. 오늘도 이들은 하나의 유기체가 되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는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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